마린이 어린 플루오에게 자신을 겹쳐보는 장면
화창했던 날은 아니었다.
플루오라이트와 처음 만났던 날은 그 아이의 머리색처럼 보라색으로 물들어가던, 그런 날이었다.
하얀 천에 감겨 학교로 들어온 너를 동료들과 옹기종기 모여서 구경을 했었다.
"저기봐, 아직 다음어지지 않아서 면이 반짝거려-."
"저 아이의 머리모양은 어떻게 해줄까!"
"쟤 이름은 뭐래? 응응?"
단 한사람에게 수십명의 관심이 집중된 순간이었다.
선생님이 도구를 들고 너를 조각하자, 주변은 조용해졌고 동시에 울퉁불퉁하던 네 몸이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.
아. 보석은 이렇게 태어나서 만들어지는구나. 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. 제대로 본 것은 처음이니까 나도 저렇게 태어났겠구나. 하는 생각이 들었다.
너는 감은 눈을 떠서 우리를 바라보고, 시트린의 도움으로 백분을 온 몸에 바르기 시작했다. 눈이 부시던 보라색과 초록색이 섞인 빛은 점점 줄어들고, 그 자리를 흰 백반이 차지했다.
"플루오라이트-."
너의 이름을 들은 순간.
아니 네가 처음 학교에 도착해서 다듬어지고, 백반이 발려지고, 우리를, 나를 본 순 간 알았다.
나는 이 아이를 사랑하게 될 것 같다는 것을, 어쩌면 이미 사랑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.
사랑스러운 나의 후배이자 동료이며 동생, 플루오.
선생님에게 글을 배우고, 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며 조금씩 성장하는 너를 보면서. 아주 예전의 내 모습이 겹쳐져 보였다.말을 배우는 것은 필요하지만 읽고 쓰는 것까지 배워야하나 했었던 때라던지. 궁금해서 이것저것 만지다가 사고를 거하게 친 일이라던지.
하지만 너는 나와 다르게 글도 잘 배우고 있고, 사고는. 음... 종종 시트린이랑 다투는 것만 빼면 괜찮게 지내는 것 같으니 괜찮은 것 같다.
... 단 한가지, 미묘하게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말을 흘릴 때가 있는데. 갓 태어난 보석들이 원래 이러던가, 그건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다. 하지만 그것도 플루오라면, 나는-.
-------해야지.